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향수

久色 2006-03-09 12:20:29 3








향수(鄕愁)



정지용





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



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



얼룩백이 황소가



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,



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음







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



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,



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



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,



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







흙에선 자라난 내 마음(내 마음)



파란 하늘빛이 그리워(빛 그리워)



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



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



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







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



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



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



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



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



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우~







하늘에는 성근 별



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



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



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



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



그곳이 차마 꿈엔들(꿈엔들) 꿈엔들(꿈엔들)



잊힐리야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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