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Canon / Canon EOS-1D Mark II N / 2008:07:29 / 13:38:26 / Auto Exposure / 1024x683 / F13.0 / 1/250 (0.004) s / ISO-100 / -0.67EV / Auto WB / Flash not fired / 400mm / 8mm
♤ 길 / 김기림
나의 소년 시절은 은(銀)빛 바다가 엿보이는
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(喪輿)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.
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
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.
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혼자 때없이
그 길을 넘어 강(江)가로 내려갔다가도
노을에 함뿍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.
그 강가에는 봄이, 여름이, 가을이, 겨울이
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.
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고 떠나간 다음에는
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.
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.
할아버지도 언제 낳은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
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,
돌아오지 않는 계집애,
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.
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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